별과 우주

600년 전 세종실록 속 객성의 정체 확인

by 조영우 posted Sep 01, 2017 Views 102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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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전 세종실록 속 객성의 정체 확인

- 1437년 조선의 천문학자들이 관측한 객성의 정체를 확인


1437년 3월 11일 밤. 세종의 재위 기간이던 이 때, 조선의 천문학자들은 지평선 근처의 전갈자리 꼬리 부근에서 전에 보이지 않던 낯선 별을 발견합니다. 난데 없이 나타난 이러한 별을 조선의 천문학자들은 '객성'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별은 14일 후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이들은 이것을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전합니다. 현대의 천문학자들은 세종실록 속에 등장하는 이 별을 오래 동안 찾아왔고, 드디어 그 별이 무엇인지를 찾아냅니다. 조선의 천문학자들이 처음 관측한지 600여년 만에 그 객성의 정체가 밝혀진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8월 31일자 네이처에 실렸습니다. 



"On the night of March 11, 1437, Korean astronomers recorded a strange light low in the sky, in the tail of the constellation Scorpius. It must have been at least as bright as the North Star, Polaris, maybe even as bright as the stars of the Big Dipper. Fourteen days later, the light disappeared." [1]

"1437년 3월 11일 밤, 한국의 천문학자들은 전갈자리의 꼬리가 있는 지평선 근처의 하늘에서 낯선 별을 관측한다. 이 별은 적어도 북극성만큼은 밝았고 북두칠성의 별들과 비슷했을 수도 있다. 열나흘이 지나 이 별은 사라졌다." [1]


이것은 조선의 천문학자들이 관측하여 세종실록에 '객성'이라고 기록한 '신성'의 폭발을 다룬 이야기입니다[3]. 신성(nova, 새 별)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 나타난 별을 의미하는데, 조선에서는 이런 별을 객성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면 신성은 왜 나타나는 걸까요? 

별은 질량이 클수록 수명이 짧습니다. 더 빠르게 늙어서 더 빠르게 삶을 마치죠. 질량이 적당한 두개의 별로 이루어진 쌍성계를 생각해보겠습니다. 두 별 중 더 무거운 별은 더 빠르게 늙어서 백색왜성으로 죽어갑니다. 백색왜성은 질량이 적당한 별이 인생을 마치는 방법이고, 어둡기는 하지만 표면은 꽤 뜨거운 별입니다. 좀 더 가벼워서 뒤늦게 늙어간 별이 인생의 막바지에 몸집을 부풀리면서 먼저 죽은 별에 가까와지면, 그 물질 중 일부가 먼저 죽은 별 표면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이렇게 끌려간 물질이 먼저 죽은 별의 표면에 닿으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면서 강력한 빛이 방출됩니다. 별은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며 크게 밝아집니다. 지구의 관측자는 이전에 보이지 않던 별이 난데 없이 나타났다고 생각하지요. 이전에는 너무 어두워서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밝아졌으니까 새 별이 나타났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성(nova)라고 부르기도 하고, 조선의 천문학자들은 잠시 왔다 가는 별이라 해서 객성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면 신성은 왜 다시 어두워지는 것일까요? 그것은 물질이 이미 죽은 별로 계속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간간히 끌려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8월 31일자 네이처에 소개된 "고유운동을 이용한 Nova Scorpii AD 1437 후예의 연대 연구"의 주 연구자이자 미국자연사박물관의 큐레이터인 Shara 박사는 이와 같은 신성의 폭발 간격에 대하여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Nova Scorpii  1437 그가 세종실록에 나오는 이 별들에 주목한 것은 30년 전의 일입니다. 30년쯤 전, 그는 전갈자리에서 한쌍의 별을 찾아 이들이 그 신성의 정체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찾은 별은 신성 폭발의 결과로 분출된 구름의 중앙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이 구름을 만든 별이라면 구름의 중앙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Shara 박사는 곧 자신이 엉뚱한 별을 찾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오래 전에 같은 하늘 영역을 촬영한 사진 건판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최근에 촬영한 사진과 1923년에 촬영한 건판을 비교해본 그는 이 별이 하늘을 가로질러 이동했음을 알았습니다. 별이 하늘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운동을 고유운동이라고 합니다. Shara 박사는 이 별의 고유운동을 측정하여, 객성(신성)이 나타났던 시기인 1437년에는 이 별이 분출된 구름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전에 자신이 찾았던 그 별이 1437년의 객성을 만든 장본인이었던 것입니다. 우리 선조의 관측 기록이 60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야 정체를 찾게 된 것입니다. 다음은 네이처의 해당 논문에 나오는 객성 기록에 대한 언급입니다.


"One of the best located novae of antiquity, recorded by Korean royal astronomers, erupted on 11 March AD 1437 (ref. 21). It lay within the asterism Wei (the tail of the constellation Scorpius), within half a chi (roughly one degree) of one of the stars ζ Sco or η Sco (see Methods). It was seen for 14 days before vanishing, consistent with it being a fast-declining classical nova, and ruling out the possibility that it was a supernova." [2]


현대적인 천체 관측 기기가 등장하기 전에 천문학자들은 별을 바라보는 좁은 통인 망통을 기준틀에 연결하여 회전시키면서 별의 위치를 측정하곤 하였습니다. 기준틀에는 기준점과 눈금들이 새겨져 있었고, 이것을 이용하여 별의 위치가 기준점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각도만큼 떨어져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별들의 위치 또는 좌표를 구하면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였고, 이로부터 별이 새로 나타났거나 이동하였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기록하였습니다. 행성 등의 움직임을 기록하고 향후 위치도 예상할 수 있었으며 달이 언제 태양을 가릴지도 예상할 수 있었지요. 이것은 물론 오랜 세월에 걸친 관측과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을 통해서 가능했습니다. 조선은 그렇게 일관적이고 체계적으로 관측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제도, 기관, 인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에 더불어 우수한 문서화를 통해 현대천문학의 성취에도 이바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고천문의기와 고천문학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YTN 사이언스의 "천문학자, 하늘의 비밀을 풀다" 편[4]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문헌

[1] Scott, R. (2017, Aug 31). Over 500 Years Later, Astronomers Solve an Explosive Stellar Mystery, Retrieved Aug 31, 2017, from http://gearsofbiz.com/over-500-years-later-astronomer…/37916
[2] Shara, M. et al. (2017). Proper-motion age dating of the progeny of Nova Scorpii AD 1437, NATURE, v.548 (31 AUGUST 2017), doi:10.1038/nature23644,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23644.epdf…
[3] SBS, (2017년 8월 31일). '별 폭발'의 비밀..600년 전 세종실록 덕에 밝혀냈다, 열람일: 2017년 8월 31일, 출처: http://v.media.daum.net/v/20170831212506793?rcmd=rn

[4] YTN 사이언스, (2017년 1월). 천문학자, 하늘의 비밀을 풀다, 열람일: 2017년 8월 31일, 출처: https://youtu.be/bAxuqDnOw3o | http://science.ytn.co.kr/program/program_view.php?s_mcd=0033&s_hcd=&key=201701120929101829



조영우

푸른행성의 과학 | 어스블로그 | Youngwoo Cho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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