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우주

태양의 자전과 흑점의 이동 방향은 다른가?

by 조영우 posted Jul 31, 2004 Views 38574 Likes 46 Replies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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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접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태양은 서에서 동으로 자전한다고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태양의 흑점은 동에서 서로 이동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태양의 흑점이 태양의 자전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라면 왜 이 두 가지 진술이 서로 상반될까요? 자전은 서에서 동으로 하는데, 흑점은 왜 동에서 서로 이동하냐는 겁니다.

 

결론부터 간단하게 말하면, "태양이 서에서 동으로 자전한다"고 말할 때와 "흑점이 동에서 서로 이동한다"고 말할 때, 관측자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혼동이 나타납니다. "태양이 서에서 동으로 자전한다"고 말할 때 관측자는 황도의 북극에서 태양의 운동을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만(적도좌표계 또는 황도좌표계), "흑점이 동에서 서로 이동한다"고 말할 때는 관측자는 지구의 지평선에서 태양면을 관측하고 있는 것입니다(지평좌표계).

 

이런 혼동은 교과서나 참고서에 등장하는 표현이 모호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관측자가 어디에서 관측하고 있는지에 대한 전제가 생략된 채 동일한 현상을 상반되게 진술하다 보니 이러한 혼란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으로서 이해가 안되셨거나,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신 분들은 다음 내용을 더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천체의 운동을 말할 때에는 가정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기준틀(reference frame) 또는 기준 좌표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관측자의 위치라는 것이 바로 이것을 말합니다.

우주 공간에서 천체들의 운동 방향을 말할 때는 하나의 기준점에서 정해진 방향을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람들마다 천체의 운동에 대한 표현이 달라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것은 바로 우리가 천구의 북극 또는 황도의 북극에 머물면서 그 아래쪽을 관측하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이때 반시계 방향의 운동을 서→동 방향, 시계 방향의 운동을 동→서 방향으로 정의합니다. 이것이 적도좌표계 또는 황도좌표계에 해당하며, 적도좌표계에서 적경을 정의할 때, 그리고 황도 좌표계에서 황경을 정의할 때 쓰이는 방법과 동일합니다. 적경은 천구의 북극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서에서 동으로(반시계 방향으로) 증가하며, 황경은 황도의 북극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서에서 동으로(반시계 방향으로) 증가합니다.

 

사실 적도좌표계에서 반시계 방향을 동쪽 방향으로 정의한 것은 지평좌표계의 동과 서의 방향을 확장한 것입니다. 태양이 지나가는 하늘인 남쪽 하늘을 보고 섰을 때, 왼쪽이 동쪽이고 오른쪽이 서쪽입니다. 이것을 천구의 북극에서 내려다보면 동쪽은 남쪽을 기준으로 반시계, 서쪽은 시계 방향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적도좌표계에서 반시계 방향의 움직음을 동쪽으로 정의한 것입니다. 왜 북쪽이 아닌 남쪽을 기준으로 했는지 궁금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것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북반구에서는 주목받는 천체들(태양계 천체)이 모두 남쪽 하늘을 지나기 때문입니다. 동과 서의 방향은 인류의 문화적 유산입니다.

 

황도의 북극 방향에서 태양의 자전을 관측한다면, 태양은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합니다. 그러니 태양의 자전은 서에서 동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해야겠지요. 황도의 북극에서 보았을 때 태양이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을 하니까 태양의 흑점도 역시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을 합니다.

 

 

## 황도의 북극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태양이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하는 모습. 황도 북극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하는 것을 서에서 동으로 자전한다고 한다. 주황색이 태양, 연두색이 지구

 

solar_rot_11.gif

 


## 황도 북극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태양이 자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흑점도 태양의 자전을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하고 있다. 따라서, 황도의 북극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에는 흑점 역시 서에서 동으로 이동한다.

 

spot_rot.gif

 

 

 

 

그렇다면 이러한 태양의 자전과 흑점의 이동을 지구에서 관측한다고 가정할 때는 어떻게 될까요? 여기서 아주 중요한 변화가 생겼지요? 관측자의 위치와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조금 전에는 관측자가 천구의 북극 또는 황도의 북극에 머물면서 내려다본다고 가정했는데, 이젠 지구상에서 지평선의 남쪽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먼저 시점을 전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황도의 북극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이제 지평선에서 바라보는 시점으로 전환하겠습니다.

point_transfer.gif

 

 

관측자의 위치에 분명한 변화가 있지요. 이 상황에서 태양이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하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 그러면 태양면은 우리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그 결과 흑점도 우리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우리가 남쪽을 보았을 때 왼쪽이 동쪽이고 오른쪽이 서쪽이므로 태양의 흑점은 '지평선의 동'에서 '지평선의 서'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혼란은 그러한 문구를 사용하는 사람의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다고 여겨집니다. 정확하게 문구를 작성한다면 이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태양은 반시계 방향, 즉 서에서 동으로 자전한다. 이것을 지평선에서 관측하면 태양은 '지평선의 동'에서 '지평선의 서'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태양의 흑점도 '지평선의 동'에서 '지평선의 서'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한다면...

 

"우리가 천체들의 운동을 관측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천구의 북극 또는 황도의 북극에 머물면서 그 아래쪽을 관측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또한, 반시계 방향의 운동을 서에서 동으로의 운동, 시계 방향의 운동을 동에서 서로의 운동으로 정의한다. 이렇게 보았을 때 태양은 반시계 방향, 즉 서에서 동으로 자전한다. 이것을 지평선에서 관측하면 태양은 '지평선의 동'에서 '지평선의 서'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태양의 흑점도 '지평선의 동'에서 '지평선의 서'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 푸른행성의 과학 - http://www.skyobserver.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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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opard102 2004.12.04 08:46
    말로 설명하기가 힘드셨죠?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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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우 2004.12.06 06:25
    그래서 그림이랑 애니메이션을 추가해 보았는데요.. 효과가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
  • ?
    현승 군 2010.05.27 09:49

    흑흑 저 혹시 그 애니메이션파일을 보내주시면않되나요?? thomas97319@yahoo.co.kr

  • profile
    조영우 2010.05.27 10:23

    위에 있는 저 움직이는 것들이 그 애니메이션입니다만... 이해가 안되는 것이라도 있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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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연자 2005.02.01 02:34
    지평선에서 남쪽하늘을 보는것은? 남중때문에 그런것이지요?
    그리고 항상 지구에서 어떤 행성이나 태양, 별을 본다면,
    남쪽하늘을 기준으로 생각하면되나요? ^^

    그리고 흑점은 이해가 잘 됩니다 ^^
  • ?
    조영우 2005.02.01 04:55
    네. 진연자 님의 말씀대로 태양이 동에서 서로 갈 때 남쪽 하늘을 지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항상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점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흑점의 이동 방향, 또는 행성들의 궤도상의 위치나 이동 방향 등과 같은 태양계 천체의 움직임은 지구와 태양을 잇는 선과 지평선을 기준으로 하여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구를 벗어나는 경우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를 벗어나서 태양계 행성의 공전 방향을 말하려고 한다면, 더이상 지구의 지평선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이럴 때는 본문에 포함된 것처럼 관측자가 천구의 북극이나 황도의 북극 방향에서 태양계를 내려다 본다고 가정을 하고 말해야 합니다.

    따라서,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이 과연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무엇을 기준으로 보도록 되어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문장을 작성하는 사람들은 독자에게 무엇을 기준으로 천체의 위치와 운동을 볼 것인지를 잘 전달해 주어야 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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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영 2005.05.31 07:53
    당신의 설명능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너무 알아듣기 쉬운 설명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질문에 답도 명쾌하게 가능할까요? 우리은하의 모양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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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덕우 2006.10.22 20:59
    으;;; 설명 쵝오 乃 우리학교 선생님들은 왜 이렇게 설명안해주시는지..;;;
    감사요^^
  • profile
    조영우 2013.08.18 06:17

    문장으로 표현할 때에는 "태양의 자전은 지구와 같은 방향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혼동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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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5 2019.03.28 01:24
    황도 북극을 기준점으로 할거면 굳이 동서따위를 쓰지 말고 시계방향만 따지면 될것인데 그게 문제죠.
    동서를 따지는 것은 직선적이고 1차원적인데, 공전자전은 원운동 2차원이고. 초기과학 단계에서 관측기준 동서로 했던 것을, 현대과학에서 내려다보는 관점으로 확대했으면 2차원적으로 기술하면 될 것을요.

    행성의 역행이니 하는 것도 지표면 관측자가 망원경으로 해뜨는 동쪽 기준으로 해서 설명하는 것이지, 전지적 시점에서 내려다보면서 동서동으로 간다고 기술할게 뭐 있나요. 어디까지나 관측자 입장에서 동서를 따지고, 위에서 내려다 볼거면 시계방향만 얘기해야죠.

    태양의 자전방향은 그냥 동에서 서쪽일 뿐입니다. 지구에서 어디서 관찰해도 동에서 서로 자전하는 걸로만 관측이 되는데, 전지적 시점에서 볼거면 원운동 방향만 얘기하지 좌우 동서로 얘기하는 게 쓸데없는 짓이죠.
    지구에는 지평면에 동점 서점이 있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위아래만 있지 전후좌우나 동서남북은 없애고 시계얘기만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