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캐나다 오로라 관측

오로라 탐험여행 4일(1/25): 춤추는 오로라

by 조영우 posted Feb 03, 2014 Views 2380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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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오로라


오로라 탐험여행 4일째 (1월 25일 토 CST=KST-15시간): 처칠

{ 여행 중 작성하는 초고입니다. 여행이 끝나고 나중에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


밤새 열차를 타고 해가 뜰 무렵 처칠에 도착했습니다. 9시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열차에서 내릴 때 느꼈던 ‘그 얼어 죽을 것 같은 추위’, 못 잊을 것 같습니다. 냉큼 역사 안으로 들어갔어요. 함께 온 Parvez는 역사 안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 얘기를 하네요. 


s_gn_viarail canada churchill.jpg기차역으로 들어가는 Parvez


Parvez가 툰드라 호스텔을 알려주겠다고 해서 함께 이동했습니다. Parvez가 가는 길 쪽에 있더군요. 저는 Kelsey 대로를 따라 걷다가 저는 Franklin st.으로 들어오고 Parvez는 그 쪽으로 쭉 더 갔습니다. 거리에는 차들이 완전히 눈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며칠 지나고 봤을 땐 그런 풍경에 익숙해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게 되었는데 처음에 도착했을 때에는 여기저기 놀라운 풍경 뿐이었습니다. 모든 건물과 물건들이 눈에 덮여 있는 거죠. 그것도 깊숙이... 


숙소에 들어와 ‘헬로~’를 외치니 남자 한명이 나옵니다. Justin. 여기서 일하는 친구인데 그 친구가 제 방을 안내해주고 수건 있는 곳 알려주었습니다. 반가운 것은 이곳을 먼저 다녀간 시영이가 남겨놓은 메시지와 김치, 그리고 Kodiak의 캐나다산 방한설상화가 도착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설상화를 꺼내어 신을 만큼 마음에 여유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어서 무리해를 찍어야겠다 싶어 짐을 대충 정리하고 나오려니, 짐을 열차에서 안내린 게 기억이 나는군요. 화들짝 놀랐습니다. 추위에 놀라 역사로 뛰쳐들어왔다가 Parvez가 길을 알려주겠다고 해서 바로 따라 나섰더니, 짐도 놓고 다니는군요. 말 그대로 정신이 없습니다. 그 열차가 바로 출발할 리는 없을테니 마음이 썩 급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에 와서 아직 지독한 추위에 적응이 안된 상태로 기차역에 갔습니다. 역사에 들어가 짐에 대해 물으니 플랫폼에 있다는 군요. 플랫폼에 가보니 한쪽 끄트머리에 제 짐이 보입니다. 세 덩이의 짐을 끌고 숙소에 오는데 왜 이렇게 힘든 건가요? 만약 처음에 열차에서 내리고 나서 가방에 카메라 배낭까지 메고 끌고 왔더라면 못 옮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끙끙거리며 세 덩이의 짐을 간신히 끌고 숙소에 오는 동안 계속 조바심이 났습니다. 무리해가 사라지기 전에 촬영해야 하는데 말이죠. 아까 기차역에 갔을 때 보니까 기차역 쪽에서 시야가 트여서 무리해를 촬영하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서둘러 숙소에 돌아와 짐을 놓고는 촬영을 위해 다시 나섰습니다. 복장은 위쪽은 안탁티카까지 제대로 갖추어 입었지만 아랫도리는 내복에 등산복이 전부였습니다. 부리나케 기차역으로 가서 무리해를 촬영했습니다. 무리해가 오래 동안 잘 버텨주더군요. 나중에 알고보니 무리해는 하루 종일 떠 있었습니다. 판상 빙정이 풍부한데다 해의 고도가 많이 높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도 권운이 살짝만 걸쳐 있으면 무리해는 하루종일 볼 수 있었습니다. 기차역에서 무리해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너무 춥더군요. 특히 아랫도리는 급하게 나오느라 너무 허술하게 입어서 심각했습니다. 기차역으로 대피하려고 달려갔지만 문이 잠겨 있었습니다. 기차가 도착할 때만 여는 것 같았습니다. 서둘러 뛰었습니다. ‘뛰면 좀 낫겠지!’ 별로 안 나아지는 느낌을 받으며 숙소에 왔습니다. 처음 온 날 아침의 그 거리는 그렇게 길었습니다. 


숙소에 와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라면밥이에요. 끝내줍니다! 

[ 사진 ]


그러고 나서 동네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제 숙소가 있는 Franklin street을 따라서 여기 오기 전에 지도로 봐둔 Inukshuk 등을 돌아보았습니다. 오후에는 오로라 촬영 준비를 했습니다. 배터리와 장비들을 잘 챙겨놓고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습니다. 


저녁이 되니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이 돌아왔습니다. 세명이 묶고 있었는데, 셋 다 Tundra Buggy에 근무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처칠은 오로라보다는 북극곰과 벨루가 고래로 유명합니다. 특히 북극곰하면 처칠이지요. 한창일 때가 10-11월인데, 이 때 Tundra Buggy라고 하는 트럭에 많은 사람들이 타고 곰을 만나는 투어를 합니다. 


[ Tundra Buggy 사진 ]


이 중 Paul과 Bob 두분은 연세가 많았고, 한 사람은 젊은 친구였는데 이름은 모릅니다. Paul은 기계 엔지니어이고, Bob은 Buggy 운전사입니다. 


그 동안 잠을 별로 못 잤기 때문에 초저녁에 잠을 조금 잤습니다. 9시쯤 일어나 장비를 챙겨서 끌며 관측 장소인 Inukshuk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런 추위를 경험해 본 적이 없었고, 특히 Blizzard가 시속 50km로 몰아치고 있었기 때문에 복장은 특히 중요했습니다. 윗도리는 내복 위에 기모 폴라티, 남방, 스웨터, 그리고 코오롱 스포츠의 안탁티카 윈드스토퍼를 입었습니다. 머리는 두건을 온통 뒤집어 썼고 눈만 내놓았습니다. 아랫도리는 내복 위에, 기모 레깅스, 기모 등산복, 그리고 역시 코오롱 스포츠의 윈드스토퍼를 입었습니다. 


장비를 끌고 관측 장소인 Inukshuk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온통 여미고 싸매서 눈만 빼곰히 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시야가 넓지는 않았습니다. 가로등이 많은 거리를 지나 관측 장소에 까까워질 무렵 눈 앞 하늘에 뿌연 것이 보이더군요. 오로라였습니다. 푹 뒤집어 쓴 모자를 벌리고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이 온통 오로라였습니다! “오~~~~!!!” 저절로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었죠. 오로라는 움직임 없이 하늘에 있었지만, 가끔 시선을 다른 곳에 두었다가 바라보면 모습이 변해 있었습니다. 나타나는 위치도 여기저기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장비를 꺼내어 설치하고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 시야 안으로 누군가 달려들어오더군요. Inukshuk을 전경으로 해서 오로라 사진 촬영 구도를 잡았는데, 이 사람이 들어와서 제 시야를 방해하는 겁니다. 사진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흔히 이런 실례를 범하지는 않는데 말이죠. 당황스러워서 그 사람에게


“제 시야 안에 들어오셨네요.”


이렇게 말을 하였지만 대꾸를 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피해 다시 구도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 분이 계속 시야로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서 촬영을 방해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분께 다가가 다시 한번 말을 했습니다. 


“제가 Inukshuk을 시야 안에 넣어서 구도를 잡아놓았는데, 당신이 들어와서 촬영에 문제가 생기고 있어요. 내가 일단 다른 방향으로 구도를 잡아 촬영할테니 잠시 후에 나한테 이 자리를 양보해 줄래요?”


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 말을 잘 못 알아듣습니다. 알고보니 일본에서 온 사진가입니다. 너무 추워 정신이 없는데다 옷을 잔뜩 뒤집어 쓰고 있어서 어떤 상황인지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영하 28도의 추위와 시속 50km의 돌풍, 체감온도 -46도에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옷은 무척 따뜻했습니다. 설상화는 따뜻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발이 시렵진 않을 정도로 선방하고 있었죠. 머리 전체는 두건을 뒤집어 쓰고 있었는데 노출된 눈 분위가 얼얼했습니다. 안경을 끼면 김이 금새 안경알에 얼어붙어 시야를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콘택트 렌즈를 끼고 나왔는데 렌즈가 얼어 눈이 뻑뻑했습니다. 무엇보다 손시려움을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장갑 두 개를 끼고 있었지만 버티기 힘들었습니다. 주기적으로 장갑 낀 손을 점퍼 주머니에 넣어 보온하고 꺼내기를 되풀이하며 작업을 했습니다. 


일본인 사진가에게는 손짓 발짓으로 대략 상황을 인지시켰습니다. 서로 합의가 되었고 방해가 되지 않도록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이 분이 숙소에 들어가야 한다는군요. “마이 카메라.. 레스트 레스트”라고 하는 걸 보니 카메라가 추위에 꺼져 버린 것 같앴습니다. 사실 카메라가 문제가 아니고 카메라의 배터리가 문제입니다. 이런 강추위에서는 배터리 속의 전하 움직임이 둔화되어서, 뽑아 쓸 전하는 있으되 뽑아지지가 않습니다. 보통 추우면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고 표현하지만, 빨리 닳는 게 아니라, 잔량이 없는 것처럼 위장이 되는 것입니다. 따뜻하게 덥혀주면 되지만, 그 분은 배터리를 가열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저의 경우 배터리를 외부로 적출하여 사용하고 배터리를 보온가방에 넣은 다음 그 안에 핫팩을 여러 개 넣어 가열해주지만 그 분은 그런 준비가 안되어 있었습니다. 


일본인 사진가가 숙소에 들어가고 나서 카메라 한 대를 임시 설치하였습니다. 이제 렌즈에 서리가 앉지 않도록 열선을 감아주는 일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카메라와 타임랩스 장비를 보온하기 위해 가져간 열선의 전선이 힘없이 뚝뚝 끊어지는 겁니다. 열선을 네 개 가져왔는데, 두 개가 그렇게 두세 동강이 나버렸습니다. 문제가 심각하다 싶어 더 이상 열선에는 손대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돌풍이 거세어 서리가 앉기도 힘든 날이니 숙소에서 다시 점검해서 가지고 나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첫 촬영이 시작되었습니다. 


조영우

어스블로그 | 푸른행성의 과학 | Youngwoo Cho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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